"트럼프, 한·일에 미군 주둔 반대"…백악관 前 참모 증언

입력 2024-02-13 21:07   수정 2024-02-13 21:08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을 겨냥해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취지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전반기 핵심 참모였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미국의 안보 약속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폄하가 한국, 일본과의 상호 방위 조약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켈리 전 실장은 다음 달 12일 출간 예정인 CNN 앵커 짐 슈터의 저서(The Return of Great Powers)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4성 장군 출신인 켈리 전 실장은 "요점은 그(트럼프)가 나토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라면서 또한 "그는 한국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 또는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고 했다.

켈리 전 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괜찮은 사람'(okay guy)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트럼프)에게는 마치 우리가 이들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만약 나토가 없었다면 푸틴이 이런 일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코너로 몰아넣은 것도 미국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나토는 진짜 위험에 처할 것"이라면서 "그(트럼프)는 (나토를) 탈퇴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모두 일한 한 전직 고위 당국자도 이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기면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한 전직 고위 당국자들은 이 책에서 2018년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뻔했다고 회고했다.

켈리 전 실장은 브뤼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나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집을 부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나토 탈퇴를 지시했고, 두 사람은 그 지시에 격렬히 반대했으나 결국 대통령의 지시를 '적법한 명령'으로 보고 탈퇴 계획을 세웠다.

켈리 전 실장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태도를 설명하면서 "그는 항상 고함을 지르고 격분하며 위아래로 뛰었고, 종종 '내가 그들보다 더 똑똑한다'면서 입장을 선회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를 회상하며 "솔직히 우리는 그(트럼프)가 마지막 순간까지 무슨 일을 벌일지 몰랐기 때문에 두려웠다"며 "내 생각에 그는 나토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한 다음 그것을 다시 철회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당국자들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오면 우크라이나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고 CNN은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하면서 "그는 샤프펜 끝을 잡고 '이건 대만이고, 이 대통령 책상은 중국이다'라고 말했다"면서 그것은 대만이 중국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기에 너무 작고 미국이 신경 쓰기에도 너무 작다는 뜻이었다고 풀이했다.

그는 "내가 대만에 있었다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매우 걱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유세에서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는 나토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도 돕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러시아에 이들 동맹국을 공격하라고 권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나토 동맹국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킨 바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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